Days of being wild

현대미술과 인상주의의 위치에 대해 본문

그림 이야기

현대미술과 인상주의의 위치에 대해

mahler2 2007. 8. 6. 10:57


사용자 삽입 이미지


현대미술(Modern Art)의 출발점, 특히 그 시기와 작가 혹은 사조에 대한 논쟁은 지금까지도 계속 되고 있습니다...

우선 하우저(A. Hauser)의 경우에는 미술사적인 경향과 영향력이라는 측면에서 꾸르베를 그 시작으로 삼고 있습니다... 반면 그린버그(C. Greenburg)는 입체감을 없애는 색면대비 방식의 사용이라는 점에서 마네를 그 시작으로 보고 있으며 그로써(M. Grosser)는 그에 연장된 의견으로 전시대와 크게 대별되는 특징을 가진 인상주의를 그 시작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현대미술의 가장 큰 특징은 전통적인 Drawing이 아닌 Composition이라고 선언한 조형예술(plastic art)의 선구자인 몬드리안을 그 출발로 잡기도 합니다...

이 글에선 그 중에서도 많은 모더니스트들이 그 출발점으로 생각하고 있는 인상주의와 현대미술과의 연관성에 대해 살펴보려고 합니다...

-----------------------------------------------------------------------

인상주의는 그 시작과 끝에 대한 논쟁도 없진 않지만 보통은 1회 전시회가 있던 1874년부터 흔히 신인상주의, 후기 인상주의로 일컬어지는 쇠라, 세잔, 반 고흐 등의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되기 전인 1880년대 후반의 15년 정도의 기간을 의미합니다...

대표적인 화가는 모네, 피사로, 시슬리 정도이며 보통 인상주의 화가로 함께 얘기되는 마네, 르느와르와 전시회에 참여했던 많은 젊은 화가들은 인상주의의 특성과는 조금 다른 화풍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앞서 언급한 3명 정도가 인상주의의 성격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인상주의 미술이 현대미술의 시작으로써 전시대 특히 신고전주의의 미술과 어떠한 차이점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인상주의에서는 전통적인 회화에서 중시되는 '주제'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감소되었습니다... 그에 따라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 그림에서 특정 부분을 강조하던 전통에서 벗어나 등가화된 화면(equalized painted surface)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전시대의 신고전주의에서 이상적, 교훈적 주제를 중시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커다란 파격이였습니다...

다음으로 매 시대마다 논쟁거리였지만 항상 '선(line)'이 우세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인상주의는 빛의 기록자답게 '색(color)'을 중시했고, 선이란 단지 빛과 빛이 만난다는 것 이외에는 의미를 갖지 못한다고 말해 색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흔히 선이란 이성을 색은 감정을 상징한다고 할 때 전시대의 신고전주의에서는 선의 중요성이 크게 강조되었습니다...

또한 인상주의에서는 화가의 자유 의지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사물은 보는 위치,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여 사물은 항상 일정하고 어떤 공식에 의해 그려지던 전통에 도전했죠...

그리고 풍경화를 하나의 독립적인 양식으로 확립하는데 큰 공을 세웠습니다... 그 전 시대까지도 '아카데미 전통' 하에서 단순한 풍경화를 그린다는 것은 하찮게 여겨져왔습니다... 물론 아카데미 전통에서 조금 벗어나 있던 북구(네덜란드 등)에서는 이미 많은 화가들에 의해 풍경화가 하나의 장르로 정착되어 있었고 또한 인상주의 바로 전시대인 바르비종파나 쿠르베에 의해 시도되었지만 주제를 배제한 풍경화가 하나의 확실한 장르로 정착된 데에는 인상주의 화가들의 공로가 있었습니다...
특히 풍경화가 가능한 데에는 당시 발명된 틴튜브(tin-tube: 주석튜브)물감이 일등공신이였습니다... 그 전시대(1840년 이전)만 해도 풍경화를 그리기 위해서 야외에서 스케치하고 채색은 스튜디오에서 하는게 일반적이였기 때문이죠...(by Grosser)

마지막으로 가장 큰 차이점은 르네상스 이후로 가장 큰 Drawing의 원칙이였던 원근법으로부터 탈피했다는 점입니다... 원근법의 파괴... 공식적으로 인상주의에서 처음 나타난 것은 아니였습니다... 풍경화와 마찬가지로 북구 르네상스 시절부터 나타나고 있었죠...특히 브릐겔의 그림에서는 종종 전통적인 원근법에서 벗어난 작품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Main stream의 변방에서가 아닌 바로 그 장소에서 원근법의 의도적 폐기는 과감하고 무모한 시도였습니다...

대표적인 형식주의(Formalism) 비평가인 그린버그는 이 마지막 특징을 인상주의가 현대미술의 출발점인 진정한 의의로 삼고 있습니다...물론 마네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하고 있죠...

그로써의 경우에는 주제의 중요성이 감소되었다는 점을 인상주의의 가장 큰 특징으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린버그와 그로써가 제시한 인상주의가 현대미술의 출발점인 가장 큰 특징 두가지가 바로 또한 인상주의의 가장 큰 약점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인상주의 작품의 깊이감이 부족하다는 사실은 지울 수 없는 약점이 되었습니다...
즉 정신적인 깊이감과 즐거움(spiritual solidity & pleasure)의 부족은 바로 감각적인 표면과 즐거움(sensual surface & pleasure)만을 추가하는 그림으로 혹평받기도 하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그러한 약점에서 출발한 것이 보통 후기인상주의로 대표되는 세잔과 반 고흐라고 할 수 있구요... 그런 점에서 제가 생각하는 진정한 현대미술의 시작은 이 둘로부터입니다...(여기에 대해서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상주의의 중요성은 간과하기 어렵습니다... 늘 선구자가 된다는 것, 시대의 흐름에 정면으로 대항할 수 있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나 19세기 중반은 아카데미 전통과 살롱없이는 화가로서 길이 전혀 보장될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그들의 소중함이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이구요...

  '나는 사물을 보고 그리는 것이 아니라 반사하는 빛을 기록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물엔 고유색이 없다.'

------------------------------------------------------------------------

쉽게 포기하고 쉽게 안주해버리는 성격의 소유자인 저로써는 그들의 용기가 늘 부럽습니다...

문득 필사적으로 미술을 공부하며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을 가졌던 그 시절이 떠오릅니다... 하나라도 더 기억하고 더 메모하고... 아마 그때만큼 열정적이였던 적은 없었던거 같네요...

지금은...

'그림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별이 빛나는 밤  (2) 2007.08.27
백야 그리고 베르히만과 뭉크  (0) 2007.08.24
비오는 날에  (4) 2007.08.03
시대사적 편견에 대한 경계  (0) 2007.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