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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이야기

살아남은 자의 슬픔

mahler2 2010. 4. 6. 11:19
오늘 아침에 문득 그 책 제목이 떠올랐다.
꽤 오래전... 10년도 훨씬 전에 읽었던 책의 제목이였다.
브레히트의 동명시에서 제목을 따왔던, 오늘의 작가상인가 같은걸 받았던 당시의 베스트셀러였던 책이다.
내용은 어설프게 기억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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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오자마자 덕아웃 게시판은 엘지팬들의 글이 부쩍많다. 무슨 일인가?
그러다 야게에서 이상훈 관련글을 봤다.

'구리에서 땅이라도 고르게 해달라'

이 말에 나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졌다.
자존심의 야생마 이상훈이, 언제나 마운드에서 당당했던 이상훈이, 02년 마치 마운드의 저승사자 같았던 그가...
도데체 이상훈에게 엘지란 무엇이길래?
도데체 이만수에게 삼성이란 무엇이길래?
.
.
.
도데체 팬들에게 응원팀이란 무엇이길래?


나도 응원팀을 옮기려고 해본 적이 있다.
그렇게 좋아하던 강기웅이 옮겼을 때도 아니다.
양준혁이 해태로 트레이드 됐을 때도 아니다. 물론 이때도 야구를 한동안 안보긴 했지만 끊지는 못했다.

04년 겨울, 이만수가 삼성에게 놀림감이 되었던 그때... 난 더 이상 삼성팬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난 살아남았다.
그래서 선동열의 삼성라이온즈를 계속 응원하고 있고, 작년 류중일 코치가 그런 일을 당한 후에도 계속 나의 응원팀은 삼성라이온즈다...

야구팬 하는건 참 어려운 일이다.

매년 스토브리그때마다 마음졸여야 하는 두산팬들
자주 논란에 설 수 밖에 없었던 SK팬들
김태균, 이범호를 동시에 내보낸 한화팬들
야구볼 때마다 열불났던 롯데팬들
팔려가는 선수들을 보고 눈물흘리는 넥센팬들
장성호 논란에 자유로울 수 없는 기아팬들

그리고 LG팬들, 삼성팬들...

야구라는 스포츠는 그냥 즐기기 위해 있는건데, 그게 알면 알수록,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힘들게 한다.

살아남았다면, 즉 계속 응원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절대로 그 아픔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기억하고 또 기억하고, 비난하고 또 비난해야 한다.
아픈 기억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게 살아남은 자들의 의무일 거다. 떠난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P.S.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았다
그러나 지난 밤 꿈속에서
그 친구들이 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한 자는 살아남는다
."
그러자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