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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신 은퇴 경기 - 죽기 전에 해야할 101가지 것들 본문

야구이야기

양신 은퇴 경기 - 죽기 전에 해야할 101가지 것들

mahler2 2010. 9. 20. 01:10




좀 전에 집에 들어왔습니다...

아침 10시 기차를 타고, 대구에 도착해서 시민야구장에 도착한 시간은 12:20즈음...
이미 떠나기 전 들었지만 그 곳의 분위기는 정말이지... 오늘이 양신이 은퇴하는 날이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주었습니다...

과감히 줄도 안서고 점심을 먹고 한시가 넘어서야 줄을 서려고보니... 그 제일 긴줄이 예매티켓 찾는 줄... 어찌어찌 길양이 이리뛰고 저리뛰고 해서 구한 표들을 한데 모아 야구장에 들어간 시간은 2시 40분이 조금 넘은... 여전히 대구의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는 시간이였습니다...

군대 말년 병장시절이던 96년 이후 처음 찾은 대구구장... 여전히 대구의 1루는 대단하더군요...
그후 그나마 고마운 구름님 덕에... 햇빛을 가리고 양신의 수비연습을 지켜보았습니다...
해맑게 장난치고 웃던 모습은 트위터에서 보던 그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드디어 경기시작.......

경기야 내용 그대로 김광현의 역투... 윤성환의 의외의 등판... 양신 마지막 타석에 모자벗고 기다리던 송은범... 그리고 꾸벅 인사... 마지막 1루까지의 전력질주...

어찌보면 양신의 마지막 타석으로 가장 그럴듯한 양신의 모습이였습니다... 끝까지 열심히 뛰던 그의 모습... 벌써 두눈이 흥건해졌습니다...

그런 맘을 아는 듯... 하늘도 때마침 비를 뿌려주더군요...

정말 원없이 울었습니다... 아마 이렇게 울어본 것도 정말 간만이네요... 비가 너무 고마울 정도로 펑펑울었습니다... 양신도 울고 나도 울고 하늘도 울고... 우리 팬 모두 울고...

바로 은퇴식 끝나기 직전의 폭우는 마음속의 울분까지 싹 씻어주었습니다...

야구장을 나와 30여분 걷다가 겨우 택시를 잡아타고 동대구역에 돌아와 얼릉 표를 9시 45분 표로 바꾸어 서울에 도착했고... 좀 전에야 돌아와서... 재활용 쓰레기 버리고, 오늘 하루 외로웠던(와이프와 애기는 남이섬 여행) 우리 고양이 라리와 놀아주고... 이렇게 키보드를 놀립니다...



굉장히 긴 하루가 섬광처럼 지나갔습니다...

사실 표가 잘 구해지지 않을 때 가지말까도 생각했습니다...
비에 흠뻑젖어 야구장을 나서며... 오지않았으면 후회했을거라는 말을 10번도 넘게 웅얼거렸습니다...
죽기전에 해야했을 101가지 중 한가지를 임무완성한 날이였습니다...

양신은 우리에게 감사하다고 했지만... 난 그대가 있어서 야구가 너무 행복했고 너무 즐거웠습니다...
당신의 나의 자랑, 우리 삼성팬의 자랑이였습니다.. 그리고 자존심이였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p.s. 표를 구하기 위해 이리뛰고 저리뛰고 노심초사하고 결국 모두의 표를 구해준 길님, 그리고 모두의 교통편인 기차표를 알아서 구해주신 애쉴리님, 일정을 정리해주시고 사람들을 모아주신 비틀즈님, 대구구장에서 이리저리 뛰면서 상황파악하는데 몸을 아끼지 않으신 장원삼님과 아만다님...
그리고 저희를 위해 그 맛있는 피자를 사다주신 윤짱님, 빗속에서 마지막까지 그 비를 맞으며 진행요원을 해주었을 에스로드님

그 빗속에서 함께 양신을 외쳐주었던 만여명의 대구구장에 운집한 야구팬들.... 그리고 TV를 보면서 함께 즐거워하고 울고 웃었을 모든 야구팬들...

모두모두 감사합니다...